안녕하세요, 스타일지기입니다.
소니코리아는 ‘2018 소니 프로 포토그래퍼’ 공개모집을 통해 총 12인의 프로 포토그래퍼를 선정하였습니다. 각각 뚜렷한 개성과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지니고 있어 소니 카메라와 함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12인의 프로 포토그래퍼 인터뷰를 통해 그들을 보다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여행을 즐기며 본인 만의 상상이 담긴 특별한 풍경사진을 보여주는 풍경사진가 최우근 작가를 만나보겠습니다.
Q.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진가 최우근입니다. 풍경, 여행 및 상업 사진을 찍고 있으며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2018 소니 프로 포토그래퍼’로 선정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Q. 사진을 처음 시작하시게 된 계기, 특히 풍경 분야를 전문적으로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처음 카메라를 구입하고 사진을 처음 시작했을 때가 20대 후반이었습니다. 다른 작가분들에 비해 조금 늦게 시작한 셈이죠. 그 때까지는 정말 목표 없이 남들 하는대로만 살았던 것 같아요. 남들 하는대로 공부하고, 성적에 맞춰 대학가고, 운 좋게 취업은 했고…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겼어요. 내가 꿈꾸는 삶과 일상이 너무 차이가 난다는 걸 자각한 거죠. 하루 하루가 너무 재미가 없고 능률도 안 오르고, 굉장히 겁이 났어요. 하기 싫은 건 확실한데 하고 싶은 건 없으니. 그렇게 사회 초년을 보냈어요. 매일매일 스트레스 받으면서요.
그러던 중 우연히 인터넷에서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어요. 하늘과 땅이 구분이 되지 않는 푸른 공간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질주하는 자동차 한 대. 바로 우유니 소금사막의 여행 사진이었어요. 지금이야 워낙 유명한 여행지가 되어서 흔한 사진일 수 있지만 당시엔 정말 그 사진 한 장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몰라요. 그걸 계기로 사진이 주는 매력에 빠진 거 같아요. 특히 풍경 사진이요.
사진이 좋아진 뒤로 밤마다 공부를 했어요.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찾아보고 이 사진은 어떻게 찍었는지 공부하고. 직접 나가서 찍어보고… 밤 늦게까지 작업하다 2~3시에 잠들곤 했어요. 너무나 재미있고 설렘의 연속이었어요. 책도 엄청 많이 보았어요. 직장 생활과 취미 사진가를 병행하다가 마음을 정하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사진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Q. 풍경 사진을 촬영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들은 무엇인가요?
제가 사진을 찍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피사체에 대한 완벽한 이해, 그리고 어떤 이미지로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본인만의 생각, 사진에 관한 테크닉.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먼저 풍경 사진에서의 광원은 대부분이 태양인데, 그 태양의 밝기와 컬러, 톤을 변화시키는 건 시간과 계절 그리고 구름과 같은 날씨 요소가 될 거에요. 인공 조명을 사용하는 스튜디오나 야외 인물 촬영과는 다르게 촬영자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풍경을 비춰주는 태양이 몇 시에 뜨고 지는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필수로 알아야 하고 그에 따른 주변 공간 속 그림자의 위치도 파악해야 하구요. 그렇기 때문에 첫 번째로 풍경 사진의 피사체가 되는 장소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그렇게 이해한 풍경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본인만의 생각이 있어야 할 거 같아요. 만약 그런 생각이나 기준이 없다면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촬영한 다른 사람들의 사진과 똑같은 사진만을 찍는데 그칠 거에요. 실제로 소위 ‘촬영 포인트’ 라는 곳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보면 대부분 누가 찍었는지도 모르는 똑같은 사진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똑같은 사진을 나쁜 사진이라고 할 수는 절대로 없어요. 하지만 찍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똑같은 사진은 즐거운 사진 생활을 오래 하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거 같아요. 저 또한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고 항상 고민스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촬영을 준비할 때면 항상 저의 모든 경험이나 서적, 영화, 음악 등을 통해 생각했던 간접 경험들을 총동원해서 저만의 시각으로 재구성하려고 노력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그렇게 나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풍경을 완벽하게 촬영하기 위한 테크닉일 거 같아요. 언제 어느 상황에서라도 내가 원하는 순간이 온다면 내가 생각한 방식으로 바로 촬영이 가능 할 수 있는 테크닉 또한 촬영할 때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사진에 대한 영감을 주로 어떻게 얻으시나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이 장면을 내가 해석한 느낌의 사진으로 찍으면 어떨까 하고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2011)’에 나오는 로댕 미술관 정원을 보면서 이런 장면을 촬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똑같은 장소는 아니었지만 파리에 가는 비행기 속에서 베르사유 궁전에서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장소를 발견한 거죠. 마침 그 날 날씨가 굉장히 안 좋더라고요. 하지만 목적은 제가 원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나무랑 어우러지는 배경을 담아서 그 장면을 촬영했어요.
영화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Mission: Impossible - Fallout, 2018)’에도 파리를 배경으로 액션신이 나와요. 그 장면을 앵글까지 똑같이 해서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어요. 상상만 하던 장소에 직접 서서 진짜 프로들이 선택했던 앵글을 담아보면 공부도 되고 또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거든요. 노틀담 성당에서 여주인공이 서있는 장면인데 같은 위치에 아내가 서서 촬영을 진행했죠. 영화 속 장소를 실제로 보면 또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최대한 영화 또는 CF 속 배경처럼 멋지게 촬영하기 위한 욕구가 불타오른다 할까요. (웃음) 영상과 사진이 다르지만 최대한 그 느낌을 내기 위해 노력해요.
영화 인디아나존스 후반부에 나오는 돌로 조각한 신전이 위치한 요르단 페트라(Petra)에 갔을 때, 무덤 안에서 밖을 보고 사진을 찍은 적이 있어요. 페트라 사진이라고 하면 보통 알케즈네(al khazneh) 사진이에요. 하지만 전 좀 더 다른 사진이 찍고 싶었고, 특히 예전에 읽었던 글 중에 무덤 안에 있을 때의 심정을 표현한 내용이 기억이 나서 그 장면을 꼭 찍고 싶었어요. 개방되어 있는 한 무덤 안에 들어가서 낙타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찍었죠.
Q. 소니 블로그 독자들을 위해 멋진 풍경 사진을 촬영하는 간단한 노하우를 소개해 주시겠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촬영 장소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준비할 때 외국일 경우에는 구글맵, 국내일 경우에는 국내 포털사이트의 맵을 통해 먼저 해당 지역을 꼼꼼히 둘러봅니다.
우선 방위를 확인하고 촬영하고자 하는 방향과 해가 뜨는 방향을 체크합니다. 그리고 SNS나 국내외 사진관련 사이트 등을 통하여 레퍼런스를 수집한 뒤 태양과 그림자 위치 등을 파악해서 제가 촬영하고자 하는 계절과 비교합니다. 그리고 동지, 하지를 기준으로 태양이 움직이는 경로를 대략적으로 예상해요. 마지막으로 스트리트 뷰를 통해서 차량 진입경로라던가 주변 공간을 확인하면서 촬영 앵글을 구상해요.
이렇게 설명하고 보니 조금 복잡하게 표현한 거 같은데요, 습관이 된다면 아주 간단하고 재미있는 작업이고 가장 기대에 차서 설레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촬영할 시간이나 동선을 결정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략적으로 시간에 따른 그림자의 방향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촬영할 풍경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물론 이렇게 준비해도 막상 현장에서는 날씨나 공사 등 여러 돌발 변수로 인해서 소용이 없는 경우도 많이 생깁니다. 하지만 이렇게 준비하면 플랜B, 플랜C를 짤 때에도 분명 도움이 되기 때문에 사진가들이 그토록 원하는 ‘결정적 순간’이 눈앞에 펼쳐질 확률은 그만큼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이미지와 떠오르는 영상을 최대한 똑같이 만들기 위해, 상상을 현실화하고 재현시키는 게 제일 중요해요. 영화, 뮤직비디오, CF 등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죠. 레퍼런스를 엄청 수집해 놓는 편이에요. 계속해서 이미지를 보면서 머릿속으로 재창조 작업을 해요. 그리고 제 색깔과 트렌드를 입히는 거죠. 컬러, 색감, 톤을 계속 상상으로 입히죠.
그렇게 해도 현장에선 제가 생각했던 것의 2~30% 정도만 사진에 담기는 것 같아요. 나머지는 우연이죠. 모두가 그렇게 갈구하는 순간. 그 순간을 찾기 위해 헤매는 거 같아요. 준비를 해서 얻는 게 2~30%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해도 그 순간을 만나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Q. 최근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을 방문하셨는데요. 현재 작업 중인 프로젝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그 동안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촬영을 했는데요, 항상 아쉬움이 남았던 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좀 더 깊이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점 이었어요. 최근에 노르웨이 북부의 로포텐(Lofoten) 지역을 열흘간 촬영을 하고 왔는데 너무나 멋진 풍경에 매료되어서 내년에는 한달 정도 머무르면서 한 계절을 고스란히 담을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겨울과 여름의 로포텐을 촬영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가제이긴 합니다만 ‘The Wife’라는 타이틀로 저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아내를 풍경과 함께 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함께 살면서, 나이 드는 모습을 기록하고, 몇 년 후가 될 지는 모르지만 전시회까지 하게 되면 매우 재미있고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거 같아요.
Q. 전세계의 50여 나라를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작가님께서 방문하신 곳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 혹은 사진과 이유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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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기도 한데요, 항상 똑같은 답변을 드리지는 못하는 거 같아요. 기억에 남는 기준이 어떨 때에는 고생을 많이 한 곳, 또 시간이 지나면 풍경이 아름다웠던 곳, 또 다른 때에는 좋은 사람을 만난 곳. 이렇게 바뀌곤 하거든요.
지금으로서는 아프리카의 나미비아(Namibia)! 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난 7월에 첫 개인전을 열게 되었는데, 그때 사용한 포스터가 나미비아의 사막에서 찍은 풍경이었어요. 전시회를 방문해 주신 많은 분들이 그 포스터 사진이 참 인상적이라고 해 주셨고, 또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사진이기도 해요. 작가의 느낌을 전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생각과 경험 속에 융화되는 게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해요. 그 것을 그 때 실제로 경험했죠. 그런 사진을 많이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지금까지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프로젝트는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6년 전에 1년 간의 일정으로 세계일주를 하면서 여러 국가의 도시와 풍경 사진을 찍었어요. 당시에는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던 터라 보수를 받고 가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자신감 하나로 떠났어요. 사진을 찍는 게 너무나 즐거운 일이었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거든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그렇게 즐겁게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던 거 같아요. 지금이라면 절대 못할 거 같지만요. 어쨌든 여행에서 돌아온 뒤 그 사진들이 책 표지에도 사용되고, 광고에도 사용되고 하면서 지금까지 사진을 계속 찍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 거 같아요. 그래서 저에게는 그 1년간의 세계일주가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젝트인 거 같아요.
Q. 소니 카메라와 렌즈를 직접 사용해보신 소감과 선호하시는 기종이 궁금합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바디는 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인 a7R III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풍경사진에 있어서 a7R III는 정말 만족스러운 선택이었어요. 우선 고해상도에서 나오는 화질과 디테일, 그리고 넓은 DR(다이나믹레인지)의 보정관용도는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이미지를 실제로 옮기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는 거 같아요. 그리고 고감도에서의 노이즈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고, 바디에 내장된 흔들림 방지 기능은 처음 써보는데 결과물을 보면 확실히 블러컷이 많이 줄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로 사용하는 렌즈는 SEL1635GM과 SEL70200GM인데요 풍경사진의 80%를 촬영하고 있어요. G마스터 렌즈의 뛰어난 해상도와 미러리스의 장점인 정확한 AF 성능 때문에 a7R III 바디와 최고의 조합인 것 같아요.
야외 촬영을 가면 100g이라도 줄이고 싶은 심정이어서 컴팩트한 사이즈에서 이 정도 성능을 낸다는 게 매우 만족스러워요. 주변 분들에게도 굉장히 추천하고 싶은 카메라입니다.
Q. 앞으로 소니 프로 포토그래퍼로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으신가요?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몇 해 전부터 광고, 앨범 재킷, 공연 등 제가 좋아하는 분야로 확대해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분명 풍경사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고 그 과정도 여행이나 풍경사진만큼이나 설레는 작업의 연속이었어요. 좀 더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으려고 계속 공부도 하고 있고요.
그리고 풍경사진에서는 취미사진가가 워낙 많아지다 보니 주변에서도 좀 더 좋은 사진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많이 보여요. 특히 은퇴하시고 사진을 시작하시는 분들이요. 그런 분들에게 도움도 드리면서 동시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지금까지 소니 프로포토그래퍼 최우근 작가의 인터뷰를 만나 보셨습니다. 풍경사진을 자신만의 감성과 시각으로 담아내는 작가님의 사진들이 인상적입니다. 앞으로 최우근 작가와 소니가 함께 만들어갈 작품들에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