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타일지기입니다.
오랜 시간 블로거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시선을 담아낸 ‘나의시선(최문규)’ 님은, 감각적인 콘텐츠 기획과 꾸준한 소통으로 주목받아왔습니다. 아이리버 부사장, 얼리어답터(Earlyadopter Inc.)의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혁신적인 제품 기획과 마케팅 전략을 주도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기반 브랜드 협업 플랫폼 <문스콜라보> 의 대표로서 다양한 브랜드와 창의적인 시너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늘 ‘진정성 있는 기록’과 ‘감각적인 연결’ 로 찾아오는 나의시선, 최문규 님의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블로그를 방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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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카메라는 내 기억의 보조수단이다.
사진을 오랜 동안 찍어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진기를 오랜 동안 곁에 두어 왔다 (요즘엔 사진기라는 말은 없는 말이겠지만)
자연스레 곁에 두니 늘 무언가를 담게 된다. 그게 기억들이고 추억들이 되었다.
확실히 카메라는 기억의 보조수단이다.
늘 꺼내 볼 수 있는 그런 순간들.
그래서 나의 사진들은 대부분 스냅들이다.
사진들을 살펴보면 그 당시 관심사가 무엇이었는지 속속들이 알게 된다.
한동안 우리집의 아침을 1년동안 담아 본적이 있는데 그때의 관심사는 오로지 집 앞의 풍경이었다.
한동안은 그것이 재키였고(우리집의 작은, 살찐 강아지다)
한동안은 내가 사랑하는 물건들이었으며
한동안은 여행이었고
또 한동안은 내가 먹고 다니는 모든 것들.
그러고보니 사람 따윈 별 관심이 없나 보다, 나란 사람.
아내는 본인 사진이 너무 없다고 늘 투덜대지만 나는 제품이나 먹을 것에 감정을 느낀다.
정말 가끔은 내가 사랑하는 제품이 나를 보고 웃고 있는 것 같다.
후광도 느껴진다. 진짜다.
먹을 것에도 품격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찍어둔 음식의 사진들을 다시 찾아 그 맛을 사진속에서 느끼기 위해서 말이다. 그때의 떨림이다.
그럴 때 나는 카메라를 집어 든다. 무슨 심령사진 찍는 순간인양 “이건 담아야 해!”를 외치며 말이지.
그래서 카메라를 구입하면, 내가 바라보는 시선과 가장 비슷할 때까지 준비를 한다.
색감이며 조작감이며 하는 새로운 기능들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내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그대로 담길 그 순간을 위한 일종의 대비같은거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오면 누구보다도 빠르게, 확실하게 그 순간을 누른다.
그렇기에 믿을만한 카메라가 필요하다.
그렇게 담은 순간 들에는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 그래서 내 사진들은 스토리와 세트다.
그렇게 담은 사진들 몇 장을 수줍게 보여드리며-
12월 31일 타임스퀘어에서 볼 드랍하는 장면을 직접 만났다.
무려 몇 시간동안 기다리다가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의 뉴욕뉴욕(Newyork Newyork)’ 노래가 나오고
색종이가 뿌려질 때 왜 때문인지 뭔가 해방감 같은 걸 느끼게 된다.
한해가 다 저물어간다는 느낌도, 새해가 시작한다는 실감도 들지 않는데
오랜 기다림 때문일까? 뭔가 허무한 기분이 든다.
재키가 보고싶다.
TV쇼 ‘프렌즈(Friends)’에 나오는 그리니치에 위치한 프렌즈 아파트의 1층에는 작은 레스토랑이 있다.
이름은 ‘The Little Owl’ 인데 이 집은 브런치를 먹는 내내 ‘프렌즈’ 이야기를 하게 된다.
아마 모두들 그럴 것이다.
뉴욕에는 베이글 가게가 많은데,
베이글은 이곳 사람들의 자부심 같은 것이기도 하다. 소울푸드랄까.
한동안 모든 베이글 가게를 다 다녀보고 나서 나의 결론은 Russ & Daughter가게의 베이글이 탑이다.
미국은 보통 회사이름 뒤에 & Sons라는 말을 많이 붙이곤 하는데 & Daughter라는 이름을 붙인 최초의 가게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 꾸덕한 베이글 연어 샌드위치는 크림치즈를 듬뿍 넣고 케이퍼를 둘러 반드시 오렌지 쥬스와 먹어야 한다.
그리고 돌아가는 차안에서 다 끝내야 한다.
그게 ‘국룰’이다.
물론 그 옆 가게인 ’카츠 델리’에 가서
페스트라미 샌드위치를 맛보는 것도 너무 좋다.
이집은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When Harry met Sally)’ 속 맥라이언이 명연기(?)를 펼치던 바로 그 곳인데
실제 맥라이언이 앉았던 자리에 앉아 샌드위치를 맛볼 수도 있다.
그런데 주문하기 전 서버분에게 팁을 조금 주면 페스트라미를 맛보게 해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게 최고다.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특성상 집에서 스테이크를 늘 먹게 된다.
언제나 목표는 피터루거보다 더 맛있게!
그래서 스테이크 사진들이 조금 아주 많은 편이다.
내가 찍어둔 수많은 스테이크 사진들 중 최고는 바로 이 소금이 뿌려지는 스테이크 사진이다.
이 사진 볼때마다 난 입안에 육즙이 가득 찬 느낌이 들곤 한다.
그럼에도 피터루거보다 못한 이유는 사소하다.
터프하게 서빙해주는 분이 우리집엔 없으니까 절대로 그 집을 이길 순 없다.
철판에 마늘이 구워지는 순간을 담은 역작.
챌시마켓에 가면
커피가게 바로 옆 작은 문이 있는데 그 집은 챌시마켓의 유일한 이발소다.
옛날의 그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그런 집.
거울속에 내 모습이 흐릿하게 비춰진다. 벽에 걸려있는 사진들의 삐뚤빼뚤함이 난 좋다.
소호의 거리를 걷다보면
커다란 강아지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게 늘 즐겁다.
이곳의 댕댕이들은 의외로 포토재닉하여 사진촬영을 흔쾌히 허락해주곤 한다.
우리 재키라면 기겁을 하겠지만 말이지.
재키는 잘 삐지는 편이다.
그런데 그게 가끔은 연기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왜냐하면 늘 눈은 우리를 향하고 있다. 원하는 걸 얻을 수 없을 때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다 산책을 가자고 하면 자존심 따윈 개나 줘버린다.
당장 씐나는 표정이 된다.
재키는 개다.
뉴욕의 이스트쪽에 위치한 작은 책방.
이집은 책방 주인의 그 놀라운 셀렉트 능력이 볼거리다.
세상에서 처음 본 것 같은 책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꽂혀 있다.
이 집을 다 사고 싶다.
오모테산도 근처에서
원래 저 창틀과 자전거가 너무 이뻐서 사진으로 담아두려고 찍는 순간
어떤 아저씨가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 아저씨, 가슴에 뭔가 품고 가고 었는데바로 작은 강아지였다.
챌시마켓의
파스타 가게인데 파스타의 맛보다 이집 쉐프의 이 표정이 미슐랭이다.
이렇게 즐겁게 요리를 하니
맛 따윈.
우리집은 허드슨강을 사이에 두고
뉴욕이 바라다보이는 언덕에 있다.
그래서 매일 뉴욕의 하늘과 강을 바라볼 수 있는데 그걸 매일 담아둔 적이 있다.
그게 또 매일이 다르니 오늘은 어떤 하늘일까 기대하는 재미가 있었다.
일상이 되면 그런 재미를 더이상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가끔 여행을 다니다 보면 집이 그리울 때가 있는데,
그건 우리집 근처의 마이크 서브 샌드위치와 바로 이 장면들일 가능성이 크다.
어느 날이 좋았던 여름
워싱턴 스퀘어 가든에 앉아 사람 구경.
밤에는 위험하지만 낮에는 생각보다 평온한 느낌이다.
도로에 세워져 있던 바이크.
바이크 주인이 걱정이 되던 사진이다.
브루클린의 내가 좋아하는 자오브랜드의 파운더(설립자)를
인터뷰한적이 있는데 게일은 내가 아는 최고의 멋쟁이 파운더다.
이분과 이야기를 하노라면 나도 나름 멋있게 살아왔다고 늘 생각하는 편이지만
이분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사진이 가끔은 그 멋있음을 잘 담아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할 때가 늘 속상하다.
하늘을 담는 걸 좋아한다.
누가 이렇게 그리려고 해도 쉽지 않을 하늘이 펼쳐졌다.
여행은, 반은 벌써 성공이다.
가끔 우리집의 소품을 담아두는 걸 좋아한다.
하나하나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물건들을 사진으로 담다보면
어느새 제품들과 이야기중인 나를 발견할지도.
런던의 언더그라운드는
딱 런던이다.
우리가 머물렀던 런던의 에어비앤비는
우리 가족에게는 정말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아주 작은 집이었는데 우리가 머무르기에 충분히 컸다.
주인장은 우리를 위해 티와 쿠키를 정말 많이 준비해줬는데 그게 또 너무 좋았다.
우리에게 런던은 바로 이 집이다.
버로우 마켓과
세익스피어 공연장은
한 장면 씩으로 기억에 남는다.
제주도의 어느 스테이에서
바로 옆 밭을 바라보며 아내와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살면서 한곳을 함께 바라볼 때 가 많을 것 같지만
왠지 이렇게 있으니 낯설지만 편안한 그런 느낌이 된다.
어느 스테이 작은 마당에 비가 왔을 때.
사실 이때 코로나 펜데믹 기간이라 한국에 방문하면서 2주 격리를 했어야 했다.
우리는 작은 스테이를 빌렸고, 거기서 나와볼 수 있었던 공간은 이 작은 마당 뿐이었다.
참 별것 없는 공간이라 생각했던 어느 날
작은 잎들이 비를 맞고 있는 걸 발견.
그래서 한 장.
뉴욕에는 오래된 책방들이 많이 있는데
이곳은 오래된 잡지의 표지를 잘라서 한 장씩 파는 곳이다.
그때의 잡지들은 상당한 인기와 파워 있는 매체였다면 지금은 소장할만한 ‘액자 속’의 표지가 되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재키말고 다른 강아지들을 많이 찍는 성격은 아니지만
이 녀석은 아주 그냥 애교가 철철 넘친다. 막상 얼굴 한번 대주더니 휙 하니 또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재키랑 참 다르다.
뉴욕의 강아지들은 참 사교적이다.
‘사교적’의 정반대 성격인 재키.
유일한 취미는 아빠 차 타고 바람을 맞으며 동네 달리기.
심지어 창문을 내리는 방법을 터득한 재키는 일단 차를 타면 창문부터 내린다.
보면 머리가 아주 나쁜 건 아닐 수도.
재키가 우리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의자는 바로 이 에그체어다.
참 신기하게도, 재키는 의자 감별사다. ‘비싼’ 의자 감별사.
어느 날 IKEA 의자에 오줌을 쌌다.
에그 체어는 재키꺼다.
사이버트럭이 우리집에 처음 왔을 때.
가끔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데 그때마다 트럭이 다르게 나와 놀랍다.
아마도 내가 찍는 자동차의 사진은 그때그때의 첫인상이나 기억 같은 걸 거다.
렌즈를 처음 샀을 때는
무조건 음식점으로 달려가 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
이 렌즈(SEL1635GM2)의 느낌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건, 바로 이 음식이다.
새 렌즈의 첫번째 사진은 일본여행때 첫 맥주의 느낌과 비슷하다.
덮밥은
늘 처음 지었을 때의 느낌을 남겨둬야 한다.
그릇에 담긴 덮밥은 어떤 맛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 느낌들 때문인지
각 요리들은 저마다 조금씩 다른 샷들이 필요하다.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동안
시선 강탈한 강아지가 있었다. 다리가 짧고 뚱뚱한 편이다.
집안의 구석구석들.
나중에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면
이 사진들을 꺼내어 보며 ‘그때가 좋았었지’를 외치게 될지.
사진은 내게 그런 거다.